경제

AI는 효율을 말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소비한다

소하모 2025. 6. 7. 08:37

기술과 감성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경제적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 알고리즘은 ‘최적 해답’을 추구하지만, 인간은 ‘주관적 만족’을 추구한다
기술은 언제나 최적화를 지향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쇼핑 앱, 구독 플랫폼, 영상 추천 시스템 모두
**데이터 기반의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전제로 설계된다.

예컨대, 구매 전환률이 높은 제품을 더 많이 노출하고,
클릭당 비용(CPC)이 낮고 효율적인 키워드를 우선 적용한다.
모두가 효율적 자원배분이라는 경제 원칙 아래 작동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 구조에 놓인 사용자는 꼭 효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무시한 채
감정적 만족에 기초해 소비한다.


● 감정 소비는 때때로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비효율적인 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효용(utility)을 중심으로 선택을 분석한다.
전통적 경제학에서의 효용은 '객관적 만족감'에 가깝지만,
현대 행동경제학에서는 ‘심리적 만족’도 주요 변수다.

예를 들어,

  • 향이 좋은 디퓨저를 사며 얻는 위로
  • 북카페에서 마신 6,500원짜리 라떼 한 잔의 감성
  • 마음을 건드리는 브랜딩 문구에 이끌려 산 리유저블 컵

이런 소비는 숫자로 따지면 비효율적이지만,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 측면에서 보면
개인에게 매우 큰 만족과 정서적 보상을 안긴다.


● 기술은 효율을 정량화하고, 사람은 감정을 해석한다
알고리즘은 데이터 패턴을 읽는다.

  • 체류 시간
  • 클릭률
  • 반복 구매 이력
    이 지표들이 곧 ‘당신의 취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지표들은 감정의 일면만을 반영할 뿐,
그 감정의 깊이나 맥락, **‘왜 지금 이 소비를 했는가’**까지는 포착하지 못한다.
즉,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처럼
**감정의 비대칭(emotional asymmetry)**도 존재한다.

이 간극은 때때로 사용자의 ‘소외감’을 낳는다.
‘추천은 잘 들어맞는데, 왜 나는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낄까?’


● 효율적 소비를 거부하는 요즘 세대의 태도는
경제적 저항이자, 정체성의 선언이다

MZ세대는 효율성과 감정의 줄다리기에서
"내 선택엔 서사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 가격은 비싸지만 브랜드 철학이 좋으면 선택한다
  • 기능은 동일해도 디자인과 감성에서 더 끌리면 산다
  •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연출된 나’를 위해 소비한다

이건 단순한 ‘감정 소비’가 아니다.
**정체성 기반 소비(identity-based consumption)**다.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사회적 효용’을 중심으로 선택이 일어난다.


● 요즘 소비는 상품이 아니라 '서사'를 산다
기존 소비는 기능(function)을 중심으로
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의 소비는 의미(meaning)와 맥락(context)을 중심으로
감정 대비 효용을 계산한다.

따라서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좋은 상품’을 넘어서
나를 이해해주는 브랜드, 감정을 담아낸 스토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감정 경제(emotional economy)의 작동 원리다.


●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기술은 시간을 아끼고,
사람은 그 시간에 감정을 쏟는다.
AI는 합리적 판단을 제안하지만,
나는 비합리 속에 있는 정서적 만족에 반응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소비는
가격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감정의 경제학이 된다.


● 결론: 소비는 숫자가 아니라 내 감정의 언어다
AI는 나의 클릭을 알고,
내 이동 경로를 분석하지만,
내 마음의 방향까지 알긴 어렵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추천은 좋지만, 나의 감정은 내가 선택하겠다고.

그게 지금 내 소비 철학이고,
내가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