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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갑자기 벌레 떼가 몰려든 이유… 러브버그, 정체가 뭘까?

by 소하모 2025. 7. 4.



며칠 전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무언가가 자꾸 얼굴에 닿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휘청거리는 까만 벌레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날아다니며
머리카락과 옷에 자꾸 들러붙었죠.

이 벌레, 도대체 뭐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곳곳에서
최근 정체불명의 벌레 떼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서도 “러브버그 떼 출몰”, “산책하다가 벌레 맞음”, “차에 다 붙었어요” 같은 글이 쏟아지고 있죠.

오늘은 바로 이 **러브버그(Lovebug)**의 정체와
왜 올해 이렇게 급증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러브버그란 무엇인가?

러브버그는 학명으로 Plecia nearctica라는 이름을 가진 곤충입니다.
검은색 몸에 붉은색 머리,
그리고 특징적인 건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한 채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것.

이 모습이 마치 ‘사랑하는 벌레’처럼 보여서
‘러브버그’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마리 단위로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불청객입니다.

보통 미국 남부, 중남미, 필리핀 등
고온다습한 지역에 주로 출몰하지만
기후 변화와 함께 활동 반경이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왜 올해 이렇게 많이 나타났을까?

러브버그의 대량 출몰에는
올해 유난히 강력했던 여름 기후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고온 다습한 날씨
러브버그는 섭씨 28~32도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번식합니다.
올해 6월 말부터 이어진 이례적인 더위와 습도가 딱 적합한 조건이었던 거죠.
• 기후 변화의 영향
러브버그는 토종 곤충이 아닙니다.
외래종으로 추정되며,
해외 물류, 식물 수입, 선박 이동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이미 퍼져 있었던 개체군
2023년~2024년 사이, 제주도·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발견된 바 있고
토양 속 알 상태로 오랜 기간 생존이 가능해
2025년 여름에 한꺼번에 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에게 해롭지는 않을까?

러브버그는 다행히 직접적인 독성이나 병원체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아요
• 침도 없고, 알레르기 반응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문제로 부각되는 걸까요?

수 억 마리 이상이 한꺼번에 몰려다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마주 붙은 채 날기 때문에
공중에서 쉽게 부딪히고,
옷과 피부에 붙으며
운전 중엔 앞유리나 라디에이터에 수백 마리가 들러붙어 시야를 가리는 사고 위험까지 유발합니다.

더구나, 이들의 사체가 부패하며 끈적한 산성 물질을 분비해
차량 도장면을 손상시키는 문제도 생깁니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러브버그 출현 시즌에 “2~3일에 한 번꼴로 세차”가 권장되기도 했죠.



왜 두 마리가 붙어서 날아다닐까?

러브버그의 가장 큰 특징은
‘짝짓기를 하며 공중에서 이동한다’는 겁니다.

수컷과 암컷이 짝짓기를 시작하면,
그 상태로 2~3일 동안 공중을 떠다니며 활동하고
수컷이 먼저 죽고, 암컷은 땅으로 내려가 알을 낳습니다.

한 마리의 암컷이 수백 개의 알을 낳고,
그 알은 보통 토양 속 유기물을 먹고 자라며 수주 후 다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죠.

이 과정을 전국에서 동시에 겪으니
일시에 엄청난 수의 러브버그 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환경부에 따르면,
러브버그의 활동 절정은 7월 중순까지이며
7월 말~8월 초쯤에는 자연 감소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1년에 2번 대량 발생 시기가 있기 때문에
이번 여름이 지나더라도
가을(9~10월)쯤 또 한 번의 러브버그 시즌이 올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여름철마다
러브버그 출현을 하나의 기후 현상처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상황이 된 거죠.



일상 속 피해,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라 생태적으로는 ‘중립종’이지만
도시 환경에선 큰 불편을 야기합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1. 차량 앞유리·라디에이터 보호 필름 사용
벌레 시체의 산성 성분이 차량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벌레 전용 세정제로 수시 세차가 필요합니다.
2. 산책할 때 밝은색 옷 피하기
러브버그는 햇빛을 반사하는 밝은 물체에 끌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출 시 흰색 계열 옷보다는 어두운 색 계열을 착용하세요.
3. 창문 방충망 점검 및 실내 유입 차단
창문 틈이나 현관 틈새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벌레 차단 패드, 문풍지, 방충망 보완이 도움이 됩니다.
4. 외출 후 옷·머리카락 확인
옷에 붙은 러브버그는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실내에 유입되기도 합니다.
외출 후에는 꼭 한 번씩 옷을 털고 들어오세요.



우리는 이 곤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러브버그는 단순히 징그럽고 귀찮은 벌레가 아닙니다.
사실은 기후 위기와 생태계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죠.

러브버그가 한반도 북부에서 대규모로 활동했다는 건
우리 생태계가 이미 변화하고 있으며
더운 나라의 곤충들이 적응해 살아갈 만큼 기온이 높아졌다는 신호입니다.

또한, 외래종이 정착하고 확산하는 데까지
우리 사회의 국제 물류, 산업, 방역 시스템의 허점이 작용했음을 보여주기도 하죠.



마무리 – 불청객이 된 곤충, 그 뒤에 숨은 진짜 문제

러브버그는 올여름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지만
그 존재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왜, 어떻게,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벌레 하나에도 사회적·환경적 원인이 얽혀 있고
그 해답은 단순한 방역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도시의 균형에 있다는 것.

혹시 당신도 오늘 러브버그와 마주쳤다면,
그 벌레를 피해 도망치기 전에
잠시 멈춰서 한 번쯤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작은 벌레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건 뭘까?”



궁금하신 점이나, 여러분 동네의 러브버그 출몰 현황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함께 더 나은 대응을 만들어갑시다.